터키의 중심 도시, 이스탄불에서 세계 문화 유산 찾기 대회를 연다면 그것만큼 쉬운 건 없다. 수많은 로마 시대의 유적들로부터 다양함이 공존하는 이슬람 시대의 유적 그리고 비잔틴 왕국의 화려함을 증명하려는 성당들까지.
그저 눈을 들어 손을 가리키는 곳 모두가 세계적 문화 유산의 가치를 지닌 곳들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한상진 사진/최보순)

지진도 이겨내는 진한 세월의 성 소피아 사원
그중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곳이 두곳 있다. 블루 모스크 그리고 성 소피아 성당. 책 속의 활자로 남아 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마치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이 불과 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선 두 건물은 그야말로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영광스럽던 수도로서의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성 소피아 사원은 1,000년 왕국 비잔틴 제국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잘 나타낸 건축물로 높이 56미터, 가로 70 미터, 세로 81미터에 이르는 돔을 머리에 인 사원이다.

비잔틴이라는 건축 양식이 유명할 정도로 세련된 고도의 건축술을 지닌 당대의 건축가들이 고심 끝에 완성시켰는데 그 규모에 걸맞게 건축 기간만 하더라도 6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사실 이 소피아 사원은 이곳을 처음으로 동로마 제국의 수도로 정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웠던 것이지만 그 후 몇번의 지진과 화재로 인해 거듭 파괴되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제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재건축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공사가 끝나던 날 황제는
‘예루살렘 성전을 지은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노라'
라고 외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에는 사람을 압도할 만한 온갖 치장과 번쩍이는 대리석 기둥들이 볼만했겠지만 지금은 물론 터키 수난의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옛 영광을 뒤로 한 채 그저 고개를 뒤로 한껏 제쳐 올려다 보아야 간신히 보이는 천정과 막대한 자본이 소요된다는 복구 공사를 위한 임시 철조물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비잔틴 제국의 멸망을 그저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이층으로 가는 길에 보면 대리석 기둥 한 가운데가 움푹 들어 간 곳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원 구멍(Wish hole)이다. 엄지 손가락을 끼고 손바닥을 좌우로 돌리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역사와 말 짓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거니 하면서도 손이 가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빙빙빙 좁은 길을 돌아 올라 서면 거대 사원의 이층. 한참 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이 바로 눈 앞이다.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소피아 사원을 아야 수피아 라는 이름의 이슬람 사원으로 바꿔 버리면서 그 화려했던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 위에 회칠을 해버린 인간들의 무지와 무자비, 그리고 몰지각한 행동이 1,000년이 지나서야 결국 다시 원상 복귀되고 있는 참이다. 예수를 비롯한 마리아와 성경을 장식한 각 성인들이 그 회칠 뒤에서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마치 옛 영광을 떠올리듯이·····

이름처럼 신비한 블루 모스크
그에 비해 이슬람 국가이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마치 성 소피아 사원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바로 길 건너에 거대한 크기로 지어 올린 이슬람 사원 블루 모스크는 4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제법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블루 모스크. 이름에서 주는 신선함이 웬지 사람을 설레게 하던 이 사원은 가만히 올려다 보면 이슬람 특유의 강건함과 복잡하면서도 화려함이 돋보이는 그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른 건물과는 달리 비잔틴 양식과 오스만 제국의 독특한 건축 기법이 낳은 이 사원은 거대한 돔을 중심으로 아래 부분은 다시 작은 돔들이 큰 돔을 지지하고 다시 그 지지 돔을 또 다른 작은 돔들이 버티는 양식으로 지어진 까닭에 사원 안의 공간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기둥도 필요 없도록 지은 정교한 건축물이다. 사원을 중심으로는 모두 6개의 탑이 사원을 품듯이 둘러싸고 있는데 원래 이 사원을 지을 당시엔 7개의 탑을 세우려 했다가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 서 있는 사원의 탑보다는 많이 세울 수 없다 해서 6개로 세웠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기둥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 마치 실내 돔 야구 경기장에 들어선 것 마냥 커다란 공간에 사선으로 들이치는 햇빛과 거대한 줄에 매달려 은근하게 내부를 밝히는 수백 개의 등(燈). 그리고 쉴새 없이 절을 해대는 이슬람 인들의 코란 외는 소리가 느긋하게 실내를 떠돌아다닌다.

수백 년 전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하기만 하다. 게다가 몇년전 터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강진(强震)에 현대에 지은 최신식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대형 참사도 불구하고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는 그저 타일 몇장 떨어지고 말았다니 그야말로 세계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의 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문화 유산. 말 그래로 선조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다. 그런 문화 유산 앞에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그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나지막히 속삭이는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