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기차역인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은 많은 관광객들의 여행 출발지이다. 산타루치아 역은 베네치아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고 시내를 굽이굽이 관통하고 있는 대운하(카날 그란데/Canale Grande)를 따라 하염없이 걷다보면 아드리안 해안과 맞붙어있는 산마르코 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운하를 따라 이동하여 산마르코 광장까지 간다는 것은 한참을 돌아감을 의미하지만 길을 잃지 않고 산마르코 광장까지 확실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복잡한 미로 같은 골목에도 리알토 다리와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표지판은 어디에나 붙어 있으므로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모습과 아드리안 해에 붙어있는 이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광장에 있는 수많은 비둘기들을 보면 비로소 내가 정말 베네치아에 와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산마르코 광장을 가기 위해선 리알토 다리를 거쳐야만 한다. 베네치아의 수많은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인정받고 있는 리알토 다리는 3.8km에 달하는 카날 그란데의 중심에 서있는 다리이다. 다리 위에는 각종 기념품과 보석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다리 양 옆의 길에는 베네치아 가면과 각종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들로 가득 차 항상 인적이 크게 붐비는 곳이다. 리알토 다리에 서서 카날 그란데를 내려다보면 굽이굽이 흐르는 대운하의 아름다움과 운하의 가장자리에 정박하고 있는 수많은 배들, 그리고 그 옆의 레스토랑 등이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진다. 석양이 질 무렵의 리알토 다리는 그야말로 최고의 볼거리다.

리알토 다리를 지나 산마르코 광장에 다다르면 광장의 한편에 우뚝 서있는 비잔틴 양식의 산마르코 사원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산마르코 사원은 9세기경 이집트에서 운반된 성 마르고의 유체를 보관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알려져 있다. 산마르코 사원의 지붕에 붙어있는 날개 달린 황금사자상은 바로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산마르코 사원 맞은편에 있는 시청사의 전망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므로 쉽게 전망대에 올라 베네치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아드리안 해를 운행하는 수많은 배들과 산마르코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멀리 보이는 수많은 섬들의 모습 등... 베네치아에 왔다면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베네치아를 걸어다니며 여행을 하다보면 느낄 수 있지만, 로마광장에서 산마르코 광장까지 이르는 길이 그리 만만치 않다. 이럴 땐 주저하지 말고 베네치아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자. 베네치아에도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당연히 대중교통이 존재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베네치아를 돌아다니면서 자동차들을 본 적이 없다. 어, 이상하네?
그렇다. 베네치아에는 자동차가 없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베네치아에는 수상 버스, 수상 택시가 존재한다. 바포레토(Vaporetto)정류장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목적지까지 수상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바포레토 요금은 1회권, 1일권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목적에 따라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만약 급하게 움직여야 한다면 수상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략 10분에 50-60유로라는 요금이 만만치 않으므로 그리 급하지 않다면 가능한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베네치아에 왔다면 반드시 타봐야 하는 것이 바로 곤돌라이다. 곤돌라는 이태리어로 ‘흔들리다’라는 뜻으로 배가 이동할 때 좌우로 살짝 흔들리며 이동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곤돌라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지만 수상버스나 수상택시 등 수많은 이동 수단이 발달한 지금은 관광의 목적으로만 운행되고 있다. 곤돌라를 운행하는 이들을 곤돌리에레라고 부르는데 1993년 이후로 자격조건이 엄격해진 관계로 지금의 곤돌리에레들은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 지리 등에 능할 뿐 아니라 기본적인 영어나 프랑스어 등의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보통 100유로/30분 요금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곤돌리에레가 들려주는 베네치아의 이야기와 운이 좋으면 불러주는 노래 소리도 들어가며 수많은 다리 밑을 지나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노라면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와있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늪지 벌판 위에 세워진 베네치아. 그로 인해 지금도 베네치아는 지반이 튼튼하지 못해 조금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시나 정부 차원에서도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베네치아의 침몰을 막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침몰의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언젠가는 사라진 저 꿈의 대륙 아틀란티스처럼 베네치아도 우리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형상만을 남긴 채 사라질 수도 있다. 베네치아가 아틀란티스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 오늘 당장 물의 도시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