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의문점을 가지면서 앙코르 와트 입구에 들어서면 호수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해자(垓子)가 가로 막는다. 폭이 1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해자. 이를 건설한 것은 앙숙지간이었을 씨암 족(지금의 태국)의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이었으리라 해자를 가로 지른 다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앙코르 왓트의 본당에 눈에 들어 온다. 왓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사원의 역할을 하던 곳으로 크메르의 절대 왕좌를 차지한 수리아 바르만 2세가 12세기에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당에 들어서 본당 발코니를 돌아 보면 불교적인 색체가 아닌 힌두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이는 크메르 문화의 발생과 연관이 깊다고 한다.

크메르 문화의 원류는 바로 인도이기 때문으로 무역에 종사하던 인도인들이 동풍을 타고 뱅골만을 건너 와 인도차이나 반도의 족속들을 상대로 무역을 하다 다시 인도로 돌아 가는 서풍이 불 때까지 머물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곳에 살던 크메르 족들에게 자연스럽게 인도의 선진 문명을 전달하게 되었고 이를 받아 들인 크메르 인들은 이를 좀 더 발전시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앙코르 왓트 유적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앙코르 왓트를 둘러 싼 벽에 조각된 갖가지 조각상들에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크메르 족들이 씨암족들과 전쟁하는 얘기나 천상, 현세, 지옥으로 나눠 보여 주는 모습 그리고 일상적인 크메르 족들의 생활 풍습을 묘사한 조각이나 힌두신화와 관련한 것들까지 다양하게 있어 수백년 전의 그들의 삶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난다.

앙코르 왓트는 삼각형 구조로 입구부터 맨 꼭대기까지는 3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단계마다 신분에 따라 입장이 통제되었다고 한다. 벽화가 새겨진 곳은 일반 문무 대관들이 입장하는 곳. 이곳을 지나 2층으로 들어서면 승려나 장군들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정 사각형 구조로 각 모서리에는 거대한 목욕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런 구조는 3층도 마찬가지.

거의 기어 오르다시피 올라야 하는 3층에 올라 서면 평원에 펼쳐진 시앤립(Siem Reap)의 들판이 저 지평선까지 바라다 보인다. 그리고 눈에 띄이는 조각들, 압살라(Apsara). 이 말은 원래 크메르 족 무용수를 지칭하는 말로 천지창조 당시 서로 힘자랑을 하던 신들이 잡아 당기던 밧줄 역할을 하던 거대한 구렁이가 조각 조각 나면서 압살라 라는 여신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풍만한 가슴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뒤집은 손가락과 발가락들.

육감적이면서도 신비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녹여 내던 압살라들은 왕의 총애를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이 높은 곳까지 정교한 아름다움으로 따라 올라 올 수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압살라의 춤 사위는 주변국까지 영향을 끼쳐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전통 무용 역시 압살라의 춤사위를 모태로 하고 있다.

수백 년전 이곳을 호령하던 이들의 발자취와 그 후 수백년간 다시 정글 속에 묻혀져 있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호기심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앙코르 왓트. 캄보디아의 오랜 내전으로 유적의 70%이상을 파괴되고 복구되기도 힘들다지만 남아 있는 유적이, 노을에 빨갛게 물들일 때면 사람들은 위대함에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감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