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해안에 접해 있는 전라남도 강진, 이곳에서는 해마다 큰 축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1년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된 살아 숨쉬는 청자를 주제로 한 강진청자문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강진은 통일신라 시대 후기부터 일본과 중국의 무역로 사이에 있어 앞선 기술과 뛰어난 기술을 받아들이기에 많은 장점이 있는 곳이었고, 이 유리함은 9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아름다운 비취색의 고려청자로 꽃피어났다. 이를 두고 중국의 태평노인은 "천하에서 제일 귀하고 값진 것"의 하나로 고려청자를 들었으며, 일본인 우시야마 쇼조는 "누가 나에게 신에 이르는 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고려청자를 통해서 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극찬한 바가 있다.1 강진이 청자의 중심지라는 근거는 우리 나라 전국의 청자가마터 중 절반 이상이 강진 청자도요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청자 장인의 맥을 이어 강진에서는 우수한 도자기와 그 관련 물품들을 꾸준히 구워내고 있다.

강진청자문화제는 전라도 내부에서도 유명한 축제다. 강진에 들르기 전 전주와 광주에 들렀었는데 사람들에게 다음에는 강진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청자문화제 보러 가나보네요 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만큼 전라도의 대표 문화 축제 중 하나이고, 우리 나라의 손꼽히는 축제라고 생각해도 손색이 없다.

강진청자문화제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강진군 강진읍으로 가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문객이라면 강진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할 것이고, 축제 기간이라면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행사 천막 아래 상주하고 있는 안내 도우미들을 만날 수 있다. 도우미들로부터 자그마한 안내 책자와 강진 지역의 볼거리에 대한 브로셔를 받았다면, 다음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 근 한 시간 간격으로 강진읍 곳곳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준비되어 있고, 그 중 쉽게 탈 수 있는 곳은 버스터미널 앞과 강진군청 앞이다.

셔틀버스에 올라타 앉아 있으면 기다려온 축제를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의 들뜬 공기가 하나 둘 승차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렇게 금새 버스 안은 흥겨운 두런거림에 휩싸인다.
행사장이 있는 청자도요지까지는 버스로 30분이 좀 안 되게 들어가야 하는데, 오른편 좌석에 앉아 있다면 가는 길 동안 창문을 통해 탐스럽게 바닷물이 흐르는 탐진만을 만날 수 있다. 벌판과 벌판 사이에 끼인 바다가 남도의 산허리를 나란히 하여 남해로 유려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귓가에 넌지시 들노래의 유유자적함이 들려올 듯 하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분주하게 방문객을 맞는 도우미들과 속속들이 도착하는 버스들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입구에서 또 하나의 작은 축제가 벌어진다. 행사장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6000원인데, 크지 않은 액수임에도 마음 상하지 말라는 듯 입구를 통해 들어가자마자 입장권을 보여주면 행사장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한 5000원 상당(1000원짜리 3장, 2000원짜리 1장)의 쿠폰을 준다. 행사장 내에서 2천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같은 값의 쿠폰을 제시해도 아쉬운 표정 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아낌없이 사용해도 된다.

축제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청자 조형물이다. 사람키를 거뜬히 넘는 청자병, 연꽃, 동물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들이 행사장을 가로지르는 큰 길을 따라 서 있다. 낮에는 청자 특유의 푸른빛을 가지고 있지만, 밤에는 축제를 은은하게 밝히는 대형청자등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동쪽 끝에는 커다란 푸조나무가 있는데, 이 푸조나무는 영험한 힘이 있다고 한다.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기 위해 이 나무에 도끼질을 하자마자 급사했다는 전설이 있고, 이에 사람들은 이 나무를 영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나무 앞에 서면 옆으로 넓게 퍼져 있는 가지들은 찾아온 사람들의 머리를 감싸안으려는 것 같고, 짙은 나무 그늘 아래에는 함부로 손대지 못할 기운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이런 영험함을 업기 위해 나무에 걸린 금줄에 소원지를 매달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 수 있다.

축제장은 크게 전시, 체험, 공연, 먹거리로 나눌 수가 있다. 대형 돔 안에서는 명품청자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강진 일대의 도예작가들이 모여서 작품들을 전시하며 판매를 한다. 작품들은 청자 그릇과 병과 같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종류에 그치지 않고 아기자기한 실내 장식품이나 목걸이, 귀걸이 처럼 생활에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종류에도 넓게 분포되어 있고, 가격 또한 정상가보다 저렴하여서 청자 작품을 가까이에 두고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근처에는 도예문화원과 청자박물관이 있는데, 두 시설은 입장권을 공유한다. 도예문화원은 프랑스와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와 교류를 맺고 서로의 도예 작품을 기증/대여하며 전시하고 있어 각 국의 도예 문화를 한 눈에 접하고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그리고 기간 마다 주제를 바꾸어 가며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 어느 때 들르더라도 알찬 전시를 볼 수 있다. 또한 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의 발전과 전성기, 그리고 쇠퇴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잊혀져 가던 청자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다시 살려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박물관 앞의 육각정자에서는 다례(茶禮)를 배울 수 있다. 돌계단 세걸음을 올라 정자의 문지방에 닿으면 청자로 만들어진 다기(茶器)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정자 안에 다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께서 온화하게 맞아준다. 조심스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선생님께서 절도 있는 손짓으로 차를 데워주시고, 자세와 눈빛을 배우며 야생차를 음미하면 강진 땅 의 내음이 입속 가득히 담긴다.그리고 매일 5시경에는 행사장 큰 길을 따라 고려왕실행차를 재현한다. 깃발을 든 기수들이 2열로 길을 트면, 그 뒤를 따라 임금께 진상할 고려 청자를 만든 도공이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지나간다. 행렬은 이어져 왕과 왕자가 가마를 타고 지나가며 그 뒤를 장군과 병사, 시종이 따른다. 약식으로 재현되는 행렬이지만 나름의 전통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도답사 1번지 : 강진문화기행, 김선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