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검정 수트에, 검은 나비넥타이를 맨 직원이 커피를 따르고 있다. 아는가? 음료를 서비스하는 일도 호텔리어에게는 '마스터(Mater)'가 있다.
 
 
 
 
 
 
 
 
 
겨울바다의 백미. 삼척시 장호항
한해도 이미 마무리로 접어들었다. 겨우 한달 남았다. 연말 연초의 계획은 어찌 그리도 허무하게 무너지던지, 아쉬움 가라앉히고 변함없이 똑같은 일상사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이리저리 시달리고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이쯤 되면 한번쯤. 둘만이 아는 그런 곳으로 도망치듯 훌쩍 떠나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룻밤만이라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 사람과 조용히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그런 날을 원한다면? 번잡함은 싫고 유명세도 싫다. 사람 사는 냄새가 좋고 함께 어울려 정겨울 수 있는 곳.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그림 같은 풍경이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연신 이런 고민을 하면서 여행책자 뒤적이며 인터넷 검색하다보면 결국 한적한 겨울 바닷가를 떠올리게 된다. 조막만한 돌댕이 하나 삼키고 있는 듯한 답답한 가슴 어루만져 주는데 싸한 찬바람 스치고 파도소리 두들기는 겨울 바다만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겨울바다의 매력은 나이가 들고 해가 갈수록 아련함이 배어있다. 메워진 가슴을 열어주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짙푸른 파도를 느끼고 있노라면 시간의 두께가 깊을수록 잔잔한 추억은 더해진다. 설령 당신이 청춘 혹은 중년일지라도...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 7번국도의 빼어난 절경을 따라 삼척에서 남으로 내려가길 20여분. 삼척 시내를 빠져나올 때까지만 해도 평범하던 길이 용화를 기점으로 서서히 절경을 만들어 낸다. 해안선 아래로 조금씩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짙푸른 겨울 바다와 부서지는 포말이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일지라도 아~소리가 절로 나오는 뷰 포인트를 찾게 된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장호항의 첫 대면은 그러했다. 추억 한가득 담고 있는 어릴 적 사진첩을 발견한 두근거림이 있는 곳. 포구 어귀에 들어서면서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은 이국의 고베나 나폴리의 절경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언덕 둔치에서 맞는 맞바람에는 간이 잔뜩 베여있는 짭조름하고도 맛깔스런 냄새가 코끝을 파고든다. 머리 뒷 너머로는 넘어가는 햇살 아래로 산줄기의 하얀 눈과 마을을 감싸 안은 드라마틱한 절경은 수줍은 처녀의 옷고름 속으로 비치는 뽀얀 속살마냥 외지에서 찾은 길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청정호수 하나 둥실 떠 있는 듯...
사실 지도 한 켠을 뒤져서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곳. 동해안 조그마한 삼척시에서도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 넘고 강 건너 닿을 수 있는 만큼 작은 삼척의 어느 모퉁이.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의 장호항. 2004년 어촌 체험 마을로 선정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지만 사실 그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여행을 즐기는 길손과 낚시에 목숨 건 조사님들. 사진 한 장 찾아 전국을 누비는 작가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그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합죽선을 펼쳐 놓은 듯 기암들이 동해의 시린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바다의 투명은 손을 넣으면 바닥이 닿을 듯 시리도록 ‘맑음‘이다. 그 속에서 나풀거리는 미역과 다시마가 살랑거리며 해삼 전복이 지천에 깔렸다. 부챗살로 펼쳐진 아담한 모래사장이 들뜬 가슴을 갈무리해 준다. 그 안에 들어앉은 장호항의 모습은 그렇게 아담한 청정호수 하나 둥실 떠 있는 듯하다. 앞바다엔 솔섬으로 불리는 월미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양 옆으로는 둔대암과 내도암이 솔섬을 호위하고 있다. 마을 어귀를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길다랗게 조성된 생태 체험장이 있다. 얼마 전 해일에 많은 부분이 파손되었지만 그 모양새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내도암과 둔대암 솔섬은 전국의 조사님과 사진애호가분들이 앞 다퉈 한번은 다녀갈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어귀로 돌아와 이어지는 파고각 뒤로 놓인 길 다란 방파제는 ’장호‘라는 화선지에 선하나 그어놓은 듯 여백의 미를 뽐내고 있다. 어귀 중턱에 있는 가정집 노부부는 내일을 위해 그물을 손질한다. 대문이나 담벼락이 없다. 그렇게 그들은 수 십 년을 그 자리에서 살아왔다. 옆에 뛰 놀던 황구 한 마리 따스한 겨울 햇살에 이내 늘어지고 양미리 손질하는 이웃집 아낙의 모습은 자연스레 앵글에 담긴다.
 
대게와 대구의 참맛 - 별미기행
강원도 인심 어딜 가도 대접받는다고 이곳역시 진배없다. 넉넉한 인상의 어촌계 총무를 맡고 계시는 홍사장님. 대게는 요즘이 철이란다. 영덕대게의 집합소인 강구항의 게들도 이곳의 게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거나한 점심 한상이 시작된다. 다릿살 굵은 두툼한 놈으로 몇 마리를 잡아 올린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사실 꽃게에 길들여진 서울이나 서부권 사람들은 이 맛을 알 리가 없다. 11월부터 시작 되서 2월말까지 이어지는 대게의 참맛은 맛을 봐야 그 맛의 설명이 가능하다. 일단 먹고 보자. 입안에서 녹는다. 단맛에 찰지고 두툼한 속살이 입속에 털어 넣기 무섭게 녹아 내려간다. 네 마리가 금방 동나 버린다. 아쉬움도 잠시. 묵혀뒀던 게장으로 식은 밥 한 그릇을 비벼 내온다. 동해바다 마파람 게눈(?) 감추는 게 이런가보다. 식사가 끝날 무렵 대구낚시를 떠났던 길손들이 팔뚝 만 한 대구를 들이밀며 입장한다. 바로 회가 떠지고 식사가 시작되고 술잔이 돈다. 멀리 전주에서 여기까지 소문 듣고 왔단다. 한 저름 입에 넣으니 이 또한 별미요 진미다. 두툼한 게살 입어 털어 넣고 갓 잡은 대구 속살 한 점 초장 듬뿍 찍어 베어 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후가 드니 뱃고동이 울린다. 막 잡은 대게 잡이 어선이 포구에 들어오는 소리란다. 길을 따라 나선다. 대게 잡이 어선들이 포구까지 올 것도 없고 시간과 자리도 없다. 통통배 얻어 타고 바다위로 나가본다. 선상에서 구분 작업이 한창이다. 9Cm 이하의 게는 좀 더 자라라고 다시 풀어준다고 한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넉넉한 인심.
항구가 작다보니 식당이 많지 않다. 못난이 식당과 영기 식당정도를 들 수 있으며 일반적인 활어회나 먹거리를 즐기려면 두 집 모두 가능하다. 어촌 체험 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 외지에 많이 알려지다 보니 아직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풍족하진 못하다. 하지만 그것도 여름 한철 이야기로 겨울바다를 즐기기엔 이보다 더 호젓할 순 없다. 한적함마저 느껴진다.
어촌계에서 직영하는 장호항 콘도형 민박은 아마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3층부터가 객실로 전 층이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직접 민박을 치는 크고 작은 방들이 준비되어 있다. 항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항구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대형 모텔도 있고 조금만 눈을 돌린다면 삼척시내의 고급 숙박시설도 20여분 거리에서 가능하다. 사실 마을 전체가 걸어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시골 어촌 마을이다. 도심의 편리함에 익숙한 길손들이여 약간의 불편은 동화속 마을 ‘장호‘ 매력에 빠짐으로 그 위로를 대신하도록 하자.
 
어촌 체험 마을 - 장호마을
장호항은 강원도내 유일한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되어 있다. 이른 새벽 동트기 훨씬 이전에 어부들과 함께 작은 어선을 타고 나가 정치망을 끌어올릴 때 따라 올라오는 물고기와 느껴보는 손맛은 체험마을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때 함께 올라온 멍게나 해삼은 서비스. 펄떡거리는 생선을 선상에서 바로 회를 떠서 먹어보는 싱싱한 활어회의 진미는 이곳에서만 가능한 볼거리로 손꼽힌다.
또한 한밤중 집어등을 가득 단 배에 올라 새카만 밤바다 위에서 환한 불빛에 끌려 따라 올라오는 근해 오징어는 연인이나 가족 모두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게 된다. 철을 타지 않는 가자미와 겨울 한철 탱탱한 속살을 자랑하는 대구 낚시는 갯배를 빌려 나가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긋하신 어르신의 강원도 동막골(?) 사투리로 ‘펄떡거리는 벵에돔이나 가자미는 이곳 동해에서 먹어야 참맛’이라고 엄지를 세운다. 이때 잡은 어물을 식당에 가져가면 어느 집이건 시골 인심 그대로 밥상을 들고 내어오니 정겹기만 하다. 겨울철 대게와 대구낚시는 애호가들이 많아서 대게의 경우에는 관광차나 봉고차를 대절해 와서 실컷 즐기다 가는 외지인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근의 대게 집산지인 영덕의 강구항에 비하면 ‘착하디 착한‘ 가격의 매력과 동화같은 마을의 순수함이 그들의 발걸음을 계속 늘어나게 하는 비결인 듯하다.
 
갯바위의 사람까지도 풍경속으로...갈남, 신남
장호 마을을 가로질러 이웃하고 있는 갈남과 신남은 또 하나의 볼거리로 손꼽힌다. 차로 2-3분 거리에 이웃하는 작은 마을이다. 삼척에는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민속(男根崇拜民俗)이 전래되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원덕읍 신남마을이다
. 공원내에는 해신당, 어촌민속전시관, 성 민속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바다에는 애랑낭자를 재현하여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남근을 깎아 매달고 제를 지내는 해신제가 유명하다. 또한 근처에는 몇 세기를 걸쳐 내려오는 애바위의 설화가 있다. 옛날 결혼을 약속한 처녀는 총각이 태워주는 배를 타고 해초를 뜯기 위해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내렸으며, 총각은 다시 태우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해변으로 돌아와서는 자기 일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파도와 심한 강풍이 불어 총각은 먼발치서 바라만 볼 뿐, 바다로 처녀를 태우러 가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국 처녀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이상하게도 이 마을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는데, 어민들 사이에는 애를 쓰다 죽은 처녀 때문이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죽은 처녀의 원혼을 달래고자 나무로 실물모양의 남근을 여러 개 만들어 제사를 지내게 되었으며, 이후 신기하게도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에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을 매달고 제사를 지낸다. 갈남과 신남을 경계하는 해신당공원으로 올라보면 수많은 길죽한 남근목이 곳곳에 널려있다. 각양각색의 남근목은 앳된 아이의 얼굴에 홍조를 띄우게 할 만큼 그 모양새가 기묘하다. 정상에 위치한 갈남과 신남의 경계에 있는 삼척 어촌 민속전시관에서는 삼척의 어촌문화를 전시해 놓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성풍습관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사시사철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 울 만큼 그 품세가 정감이 가는 동화마을 ‘장호리’. 이곳에서 느껴보는 식도락과 여심(旅心)의 즐거움도 조만간 점차 번성하고 하나둘씩 지금의 순수함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스치는 건 쓸데없는 기우이길 바래본다.
 
 
고속버스
삼척까지 강남고속터미널과 동서울 터미널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30-40분 간격으로 아침 06시 30분부터 이용가능하며 심야 우등은 21시30분가지 가능하다.
요금은 일반 13100원, 우등고속 19400원. 심야우등 21300원이며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삼척시내 버스터미널에서 장호까지는 현지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40여분 정도 소요된다.
자가운전
서울기점으로 영동고속도로로 강릉방면으로 가다 강릉 IC 못미쳐 동해방향 고속도로로 향한다. 동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7번국도로 이어지고 계속해서 삼척방향으로 간다. 삼척시를 지나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약 24Km 지점에서 장호리를 만나게 된다.
도로안내
동해고속도로 동해 종점(7번 국도)→삼척→근덕→장호
현지교통
삼척-장호리 간 시내·시외버스 30분 간격 운행, 30분 소요 / 삼척종합버스터미널(033-572-2085)
현지숙박
장호항콘도형민박(033-573-8954) / 장호용화관광랜드모텔(033-573-6321) / 현지인 민박 (지역번호 033)
가옥주 전화번호 가옥주 전화번호 가옥주 전화번호
김 영기 572-4225 이 용 호 572-9888 김 용업 572-4305
김 종 순 572-4346 홍 근수 572-4142 이 희 택 572-4034
최 석희 572-417 김 항 지 572-4027    
먹거리
장호항 영기횟집 (033-572-3719)
넉넉한 인심과 함께 맛깔스런 음식 솜씨 또한 일품이다. 장호항 콘도형 민박 바로 앞에 위치하여 찾기는 쉽다. 어선에서 잡아올린 대게나 어물을 실비로 요리를 해 주기도 하며 낚시를 위한 어선 수배도 가능하다.
못난이 횟집(573-4303)
방파제 입구 지점에 있다. 사장님 말씀을 빌자면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는데 확인은 독자의 몫으로 둔다. 간단한 식사류도 가능하다.
두 곳 모두 현지인과 외지인 모두 추천하는 곳으로 강추.
인근 볼거리

추암 해수욕장
일출의 명소로 손꼽히는 추암해수욕장은 각종 TV드라마와 CF 등 자주 등장하는 곳. 특히 촛대바위와 어우러진 일출은 매년 수십만여 명에 이르는 해맞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또 촛대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도 한국의 100대 명소리로 선정될 만큼 일품이다.

맹방해수욕장
삼척에서 가장 큰 해변을 자랑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상우와 은수가 모래사장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며 이곳에서 파도소리를 녹음했을 정도로 맹방의 파도소리는 세상시름을 잊게 한다.

황영조 기념공원
공원에서는 황영조 선수의 고향인 초곡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작은 포구로서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공원은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하나 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는 5시)까지 개장하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2001년에 '2002삼척세계동굴박람회' 부대행사장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시에서는 세계 마라톤 역사 코너와 몬주익 언덕 등을 재현할 계획이다. 장호항기준으로 북쪽 7번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나온다. 차량으로 5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