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로서 그는 달변에 깔끔한 진행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팬들은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을까.
“포털 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치면 나타나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저를 가장 좋아해주시는 분들인데요, 숫자는 800명 정도 됩니다. 주로 역사 퀴즈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 많고 20대에서 30대 초반이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대학생일 때 만나서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들이 되셨는데요, 제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족 이상의 의미를 가진 분들이지요. 함께 여행 다니고 같이 먹고 살고 하는 생활 공동체에요.
그에게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의미는 상당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 여행 그 자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 궁금해졌다.

“역마살이 있어서인지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행을 좋아해요.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굳이 그 자리에서 궁리하며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돌아다니면서 충만해지길 기다리고 그것이 넘쳐 흘러 폭발하기를 기원하는 스타일입니다. 억지로 생각한다고 해서 뭔가가 떠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정의하는 여행은 ‘나를 채우고 비우는 여행’입니다. 채우기 위해 버리느냐, 버리기 위해 채우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선 저는 단호하게 버리기 위해서 채운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러한 ‘비움’의 과정을 거친 ‘나’는 그 이전의 ‘나’ 보다는 용적이 늘어나있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거에요. 버려야 채워진다는 사실을요.”

역사 콘텐츠에 매진하느라, 일 하느라, 또 하나의 가족인 팬 카페 식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까지 내느라 바쁜 성세정 아나운서. 정작 가족들과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솔직히 평일에는 가족들에게 시간을 잘 못 내죠. 주로 주말에 시간을 맞추어서 여행을 다니는 걸로 봉사하는 편입니다. 이 부분에는 아까 말씀 드린 또 하나의 가족들과 함께 합니다.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압니다. 혼자 하는 여행보다 둘이, 둘 보다는 셋이, 셋 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록 추억의 범위와 깊이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요. 우리 아이들에게 전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함께 하는 여행이 가장 값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성세정 아나운서. 그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깊이 있고 유쾌했다. 그에게 있어서 여행의 의미처럼 함께함으로 더욱 값져지는 우리들의 새로운 여행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