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고 광장의 후아레스 극장은 멕시코 제 2의 공연장으로 일 년 내내 많은 공연이 올려지고 있다. 정면의 도리스 양식 기둥을 호위하는 양쪽의 사자상은 고대 그리스식을 모방했고 금으로 치장한 내부 장식은 동서양의 혼합을 연상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달고 거리를 가로질러 시장으로 향한다.　
이곳에 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장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이달고 시장 속으로 들어가 허름한 분위기의 식당에 앉아 타코 하나로 요기를 한다. 신선한 과일 주스는 덤이요, 우노,도스로 시작되는 아이들과의 스페인어 귀동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시장을 지나 골목길에 다다르면 멕시코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일명 ‘키스의 골목’이 나온다.

이곳은 과나후아토를 찾는 모든 연인들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항상 만원이다. 얽힌 이야기도 안타깝다. 좁은 골목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두 집의 남녀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슴 저미는 사랑을 했다. 밤마다 이층의 베란다를 통해 사랑을 속삭였고 굿나잇 키스로 애절함을 달랬다. 결혼을 결심한 청년은 여인의 아버지를 찾아가 결혼을 요청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베란다를 사이에 두고 계속 된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여인의 아버지가 청년을 죽이게 되었고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실화로 전해 내려오는 이 이야기는 언제부터인가 이곳의 계단에서 키스를 한 연인들은 한평생 헤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전설의 시발점이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키스의 골목에서는 수많은 연인들이 단 한 번의 키스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키스의 골목을 지나 마을 광장을 향하다 보면 멕시코가 낳은 세기의 천재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생가 겸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영화 ‘프라다’로도 잘 알려진 아름다운 연인 프라다와의 애절하면서도 기형적인 사랑과 함께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수많은 멕시코의 벽화들은 오늘날, 디에고 리베라를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마을의 화사함과 따사로운 원색의 포근함은 훗날 그의 그림에 다양하게 반영되었다고 한다.

석양이 질 즈음에 마을 정상으로 향한다. 독립운동의 영웅 ‘피피라’의 대형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상이다. 이 곳 ‘피피라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석양. 노을 빛이 부서져 내리는 마을의 부감은 한 폭의 유화를 담아내듯 화려하기만 하다. 어둠이 내리면 마을 곳곳의 석유등에 불이 들어오고 마을 전체가 오렌지（orange）빛깔로 물들어 간다.

과나후아토의 거리에는 다른 콜로니얼(colonial) 도시에는 없는 지하도가 있다. 지하도는 현재 차도로 이용되고 있지만 행인들을 위한 보도로도 존재한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브래트 피트가 만나는 장소로도 쓰였던 이곳의 분위기. 혹시나 뱀파이어 반데라스가 길 어드메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밤에 보는 과나후아토의 모습도 이채롭다. 곳곳에 가득한 휴대용 석유등（Kandelaar）의 등불은 이곳을 매우 근사한 거리로 변모시킨다. 세계의 문화유산을 지정하는 유네스코（UNESCO）의 눈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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